정부가 20배 키우겠다는 산업, 반도체에 묻혀 아무도 안 봤다
요즘 국장 얘기 나오면 전부 삼성전자 아니면 SK하이닉스입니다.
돈도, 관심도, 뉴스도 반도체 두 개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다들 조용히 지나쳐 버린 게 하나 있습니다.
6월 29일 정부가 어떤 산업 하나를 딱 집어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거 20배로 올리겠다.
반도체 그늘에 가려 언론조차 제대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앞으로 5년 내내 세금으로 직접 밀어주겠다고 선언한 산업이 하나 있습니다.
스무 배라는 숫자의 진짜 의미
먼저 오해부터 없애겠습니다.
주가 20배가 아닙니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난해 1% 수준이던 우리나라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점유율을 앞으로 20%까지 끌어올리겠다.
지금 우리나라가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 겨우 1%만 차지하고 있는데 이걸 20%로, 딱 20배로 키우겠다는 국가 목표입니다.
반이 100명인데 지금 우리 아이가 딱 한 명이야. 이걸 20명으로 늘리겠다는 겁니다.
왜 로봇인가, 왜 지금인가
6월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가 열렸습니다.
정부가 나라의 미래 먹거리로 딱 세 개를 골랐습니다.
반도체, AI 데이터 센터, 그리고 로봇입니다.
반도체와 데이터 센터는 언론이 며칠 동안 신나게 뜯었습니다.
삼성 SK가 몇백조 투자한다는 얘기 다들 들었을 겁니다.
그런데 세 번째 축인 로봇, 정확히는 피지컬 AI라고 부르는 이 분야는 상대적으로 조용했습니다.
여기서 반전이 있습니다.
알고 보면 이 로봇이 세 개 축 중에서도 정부가 직접 사 주겠다고 나선 유일한 분야입니다.
반도체랑 데이터 센터도 정부가 정책 자금으로 밀어주긴 합니다.
그런데 그건 삼성 SK 같은 대기업이 자기 돈으로 공장을 짓고 정부가 인프라를 붙여주는 구조에 가깝습니다.
반면 로봇은 정부가 아예 첫 손님이 돼서 로봇을 직접 사 주겠다는 성격이 훨씬 강합니다.
정부가 판단하는 골든 타임은 앞으로 3년입니다.
지금이 시장 판세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주도권 쟁탈전의 시작점이라는 겁니다.
정부가 내놓은 3M 전략
정부가 20배를 달성하기 위해 내놓은 게 3M 전략입니다.
첫 번째 M, MX: 제조업 AI 전환
이미 공장을 잘 돌리는 우리나라 제조업에 AI 로봇을 붙여서 생산성 세계 1등을 만들겠다는 겁니다.
1,500개 넘는 기업, 대학, 연구소가 참여하는 동맹을 만들어서 매년 로봇 1,000대 이상을 현장에 깔겠다고 했습니다.
두 번째 M, 마스터: 전문 인력 키우기
로봇 전문 기업 30개 넘게, 전문 인력 1만 명을 키우겠다는 겁니다.
세 번째 M, 매스 프로덕션: 대량 생산
세만금에 로봇 공장과 부품 단지를 짓고, 대구·경북에 실증 시설을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정부가 직접 사 주겠다는 게 바로 이 대목입니다.
정부가 교육, 재난 대응 같은 분야에 쓸 로봇을 먼저 사 주겠다고 했습니다.
새로 나온 국산 로봇은 처음엔 아무도 안 사줘서 크기 전에 죽기 쉽습니다.
정부가 첫 손님이 돼주면 회사들이 일단 물건을 팔아서 버틸 수 있게 됩니다.
초기 시장을 세금으로 만들어 주는 겁니다.
우리의 강점과 약점
여기까지만 들으면 한국 로봇 세계 정복하겠네 싶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다릅니다.
우리나라 로봇은 몸통은 세계 최고급인데 머리가 약합니다.
로봇의 몸통, 관절, 손 같은 하드웨어는 자동차 만들면서 쌓은 정밀 기술이 그대로 넘어와서 중국 빼면 세계 톱급입니다.
그런데 그 로봇을 똑똑하게 움직이게 하는 소프트웨어, 즉 피지컬 AI 두뇌는 미국과 중국한테 쫓기는 단계입니다.
이 두뇌를 잘 만들려면 로봇이 실제로 일하면서 쌓은 데이터가 어마어마하게 많이 필요한데 이게 아직 부족합니다.
얼마나 어려운 일이냐면, 로봇칩 세계 1등인 미국 엔비디아도, 앞섰다는 중국도 아직 이 로봇 두뇌의 플랫폼을 완성하지 못했습니다.
다 같이 못 높은 숙제라는 건 뒤집어 보면 지금 데이터를 먼저 쌓는 나라가 앞서 나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골드만 삭스가 그린 그림
우리만 이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닙니다.
골드만 삭스도 비슷한 진단을 내렸습니다.
로봇의 두뇌인 소프트웨어는 미국이 앞서 있고, 그 두뇌를 실제 몸으로 만들어 줄 하드웨어 파트너로는 한국이 부각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골드만 삭스가 던진 숫자가 놀랍습니다.
2035년이 되면 전 세계에서 만들어지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30%를 한국이 책임질 거라고 봤습니다.
| 연도 | 한국 지원 생산 대수 |
|---|---|
| 2030년까지 | 약 7만 4,000대 |
| 2035년까지 | 약 41만 2,000대 |
골드만 삭스는 원래 이 시장을 작게 봤다가 최근에 전망을 확 올렸습니다.
2035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 전망을 1년 만에 네 배로, 시장 규모 전망은 여섯 배로 끌어올렸습니다.
로봇 만드는 비용도 지난 1년 사이에만 40%나 뚝 떨어졌습니다.
비용이 떨어진다는 건 대중화 속도가 빨라진다는 뜻입니다.
돈은 어디로 흐르나
이게 진짜 핵심입니다.
로봇 완성품을 만드는 회사보다 그 로봇의 몸을 이루는 부품 회사에 돈이 갈라져 흐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람이 몸을 움직이려면 근육이랑 관절이 있어야 합니다.
로봇도 똑같습니다.
로봇의 근육과 관절 역할을 하는 부품을 액추에이터라고 부르는데, 이 액추에이터 하나가 로봇 한 대 원가의 약 60%를 차지합니다.
로봇을 사람 몸에 비유하면 겉껍데기보다 관절이랑 근육이 제일 비싼 겁니다.
그러니 돈은 로봇 껍데기가 아니라 그 안에 근육과 관절을 만드는 회사로 흐릅니다.
| 부품 | 원가 비중 | 특징 |
|---|---|---|
| 액추에이터 (근육·관절) | 약 60% | 로봇 원가 최대 비중 |
| 감속기 (액추에이터 핵심 부품) | 포함 | 휴머노이드 1대당 25~30개 필요 |
감속기는 모터가 너무 빨리 돌면 그 속도를 줄여주는 대신 힘을 키워 주는 부품입니다.
일반 협동 로봇 하나엔 감속기가 여섯 개 정도인데 휴머노이드 로봇 하나엔 25~30개가 필요합니다.
로봇이 팔다리를 많이 쓸수록 부품 회사엔 일감이 그만큼 늘어납니다.
대기업들이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발표만 하고 끝나는 그림이랑 완전히 다른 신호가 나오고 있습니다.
현대차 그룹이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아틀라스라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드는데,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 공장에 이 로봇을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2028년까지 연간 3만 대 만드는 생산 시스템을 짓고, 이 로봇에 들어갈 액추에이터 부품을 연간 35만 개 찍어내는 공장도 같이 세우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삼성전자가 최대 주주인 레인보우 로보틱스의 양팔 로봇 RBY1이 쿠팡 물류 센터에 시범 투입돼서 검증에 들어갔습니다.
LG전자는 방향을 틀어서 가정용 로봇 쪽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실제로 어떤 국산 부품이 들어가는지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현대차가 만든 모빌리티 로봇 모베드를 뜯어보면 국산화 비중이 90%를 넘습니다.
| 역할 | 공급사 |
|---|---|
| 눈 (라이다) | SOS랩 |
| 두뇌 반도체 칩 | 딥스 |
| 근육 (액추에이터) | 개양전기 |
부품 국산화율이 아직 낮다는 게 오히려 성장 여지다
현재 우리나라 로봇 핵심 부품 국산화율은 이렇습니다.
| 부품 | 국산화율 |
|---|---|
| 감속기 | 35.8% |
| 모터 | 38.8% |
| 센서 | 42.5% |
전부 50%가 안 됩니다.
절반 넘게 일본이랑 중국 걸 쓰고 있다는 뜻입니다.
얼핏 약점 같습니다.
그런데 뒤집어 보면 이 국산화율이 올라가는 만큼 그게 고스란히 국내 부품 회사 매출로 바뀝니다.
채울 자리가 많이 남아 있다는 겁니다.
골드만 삭스가 찰떡 같은 비유로 설명했습니다.
몇 년 전 전기차가 처음 뜰 때 돈을 제일 크게 번 건 완성차 회사가 아니라 전기차 심장인 배터리를 만든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였습니다.
골드만은 로봇 시대엔 로봇의 근육을 만드는 현대모비스와 HL만도가 딱 그 배터리 자리에 설 수 있다고 봤습니다.
Economy Reader 투자 인사이트
이 판에서 투자자가 기억해야 할 게 딱 하나입니다.
발표가 아니라 계약을 봐야 합니다.
정부가 세만금에 공장 짓겠다, 전문가 키우겠다 하는 건 아직 계획을 말한 단계입니다.
그 회사 통장에 돈이 들어온 게 아닙니다.
재료의 힘은 발표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그 발표가 진짜 계약으로 바뀌는 순간에 나옵니다.
그래서 지금 봐야 할 건 누가 발표했나가 아니라 누가 실제로 정부 발주를 따내고,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고, 그래서 매출이 늘어나느냐입니다.
6월 29일 발표가 나온 지 며칠 만에 금융 당국이 두산로보틱스, 유진로보틱스 같은 기업들을 불러 후속 회의를 열었습니다.
로봇을 포함한 여섯 개 분야에 국민성장펀드로 올해에만 약 16조 원을 대주겠다고 했고, 실제로 첫 번째 투자 프로젝트까지 승인하면서 돈을 집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발표를 해놓고 곧바로 돈줄부터 붙이기 시작했다는 건 정부가 이번엔 진짜 속도를 내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리스크도 균형 있게 봐야 한다
두뇌 약점이 있습니다. 아무리 팔다리를 잘 만들어도 소프트웨어에서 미국·중국한테 밀리면 결국 남의 두뇌에 몸만 대주는 하청이 될 수 있습니다.
중국이라는 벽이 있습니다. 중국은 이미 2025년 한 해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감속기는 일본이 꽉 잡고 있습니다. 특히 정밀 하모닉 감속기는 일본 한 회사가 세계 시장의 70% 안팎을 쥐고 있습니다.
정부 발표가 아직 확정 단계가 아닙니다. 세만금 공장이든 지원 규모든 위치, 일정, 예산이 다 확정된 게 아닌 계획 단계입니다.
테마 과열을 경계해야 합니다. 증권가에서도 의견이 팽팽하게 갈립니다.
지금 확인해야 할 세 가지
첫째, 정부의 실제 발주와 선재금 구매 공시입니다.
정부가 교육, 국방, 재난 로봇을 사 주겠다고 했으니 그걸 누가 실제로 납품하는지 봐야 합니다.
선언이 계약으로 바뀌는 그 순간이 진짜 재료가 살아나는 시점입니다.
둘째, 부품 국산화율과 수주 공시입니다.
감속기, 액추에이터, 센서 국산화 비중이 실제로 오르는 기업, 대기업과 공급 계약을 따냈다는 공시를 내는 기업이 정책 순풍을 실적으로 바꾸는 쪽입니다.
셋째, 세만금 공장과 현대차 로봇 라인의 착공·수주·양산 전환 여부입니다.
이 세 단계가 실제로 붙는 순간이 기대감이 실체로 바뀌는 전환점입니다.
그 전까지는 다 기대감이라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결론
정부가 6월 29일에 휴머노이드 로봇 점유율을 1%에서 20%로 20배 키우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세 개 국가 축 중 정부가 유일하게 직접 로봇을 사 주면서까지 미는 산업입니다.
우리 강점은 로봇 완성품이 아니라 몸통, 관절, 감각을 만드는 부품에 있습니다.
돈도 그쪽으로 갈라져 흐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골드만 삭스가 말한 것처럼 전기차 시대의 배터리 자리를, 로봇 시대에는 부품사가 차지할 수 있습니다.
지금 투자자가 진짜 봐야 할 건 정부 발표가 실제 발주, 수주, 양산으로 바뀌는지, 그리고 부품 국산화를 실적으로 바꾸는 기업이 누구인지입니다.
FAQ
Q. 스무 배 성장이라는 게 주가가 오른다는 말인가요?
A. 아닙니다. 현재 1% 수준인 우리나라의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점유율을 20%로 올리겠다는 국가 목표입니다. 주가와는 다른 개념입니다.
Q. 로봇 완성품 기업과 부품 기업 중 어느 쪽이 더 유망한가요?
A. 전기차 시대에 배터리 기업이 완성차 기업보다 더 많은 수혜를 받은 것처럼, 로봇 시대에도 부품사가 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골드만 삭스 등 글로벌 IB의 판단입니다.
Q. 정부가 직접 사 주겠다는 건 언제부터 실행되나요?
A. 현재 계획 단계입니다. 교육, 국방, 재난 분야 로봇 구매 계획이 발표됐고, 국민성장펀드가 실제로 집행을 시작했습니다. 구체적인 발주 공시가 나오는 시점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감속기 국산화가 왜 어려운가요?
A. 하모닉 감속기는 일본 한 회사가 세계 시장의 70% 안팎을 쥐고 있습니다. 수십 년간 쌓인 정밀 가공 기술과 특허가 장벽입니다. 국산화율 35.8%는 이 벽을 아직 못 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동시에 넘으면 그만큼 국내 기업 매출이 커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본 글은 투자 참고용이며, 투자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