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반토막 난 주가 뒤에 숨은 6,380억 달러 수주 잔고 — 월가는 왜 80% 위를 보나
월가에서 최근 목표주가를 80% 가까이 위로 열어둔 종목이 있습니다.
한국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았던 종목인데, 정작 주가가 오르지 않아 최근 다들 손절하고 떠난 종목이기도 합니다.
바로 오라클입니다.
이 글에서는 오라클이 왜 이렇게 급락했는지, 그런데도 왜 월가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는지, 그리고 이게 왜 한국 반도체 이야기와도 연결되는지 정리하겠습니다.
한국 투자자들이 왜 손절했나
오라클 주가는 지난해 9월 10일 345.72달러로 52주 최고가를 찍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140달러 안팎까지 밀리며 고점 대비 절반 이하로 주저앉았습니다.
AI 대장주라던 회사가 왜 이렇게 빠졌을까요.
이유는 하나, 돈을 너무 많이 쓴다는 공포였습니다.
오라클은 2026 회계연도(2025년 6월~2026년 5월)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데만 556억 6,000만 달러를 쏟아부었습니다.
전년도 212억 달러 대비 162% 급증한 규모입니다.
그 결과 잉여현금흐름(FCF)은 마이너스 237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돈은 산더미처럼 나가는데, 정작 회사에 남는 현금은 마이너스라는 숫자만 보고 한국 개미들 상당수가 지쳐서 던졌습니다.
그런데 왜 월가는 정반대로 움직였나
한국 개미들이 지쳐서 손절할 때쯤, 이 주식은 하락 흐름을 끊고 반등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월가가 주목한 상승 포인트가 나옵니다.
오라클이 계약으로 확보해둔 미래 매출, 즉 잔여이행의무(RPO)가 6,380억 달러까지 불어났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63% 폭증한 수치이자, 직전 분기(5,530억 달러) 대비로도 850억 달러가 늘어난 역대 최고 수준입니다.
이 RPO에는 오픈AI와 맺은 5년간 3,000억 달러 규모 계약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 수주 잔고 하나가 오라클의 시가총액보다도 큰 규모이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수주 잔고 규모까지 넘어섰습니다.
즉 팔 물건은 이미 다 팔아놨는데, 그 물건을 만들 공장(데이터센터)을 짓느라 지금 돈이 나가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월가는 이 현금 유출을 단순한 위기라기보다 선투자 구간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돈이 나가는 시점과 들어오는 시점 사이에 시차가 있을 뿐이라는 논리입니다.
신임 CFO 힐러리 맥슨은 이 6,380억 달러 규모 RPO 중 12%, 약 770억 달러가 앞으로 12개월 내에 매출로 전환되고, 34%는 그 이후 2년 내에 전환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즉 향후 3년 안에 RPO의 46%가 실제 매출로 잡히도록 예약돼 있다는 뜻입니다.
현금이 마이너스인 게 왜 위기가 아닌가
공포의 핵심이었던 현금 문제도, 자세히 보면 고객이 일부 대신 막아주고 있는 구조입니다.
오라클이 최근 분기에 체결한 AI 인프라 계약 중 750억 달러는 고객이 직접 비용을 선지급하거나, 고객이 GPU 하드웨어를 직접 공급하는 이른바 "브링 유어 온 하드웨어(BYOH)" 방식으로 체결됐습니다.
클라우드 인프라(OCI) 총괄 클레이 마고이르크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이번 분기에만 670억 달러 규모의 AI 인프라 계약을 새로 체결했으며, 전 세계 GPU 가동률이 97.5%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오라클이 이 대규모 투자를 메우기 위해 부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오픈AI라는 특정 대형 고객 한 곳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걸리는 대목입니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RPO 6,380억 달러 중 약 3,000억 달러가 오픈AI 한 곳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고, 오픈AI 자체는 아직 연환산 매출이 250억 달러 수준에 적자 상태라는 점도 함께 짚어야 할 리스크입니다.
목표주가 251달러, 80% 상승여력의 근거
이런 구조를 보고 애널리스트들은 여전히 강한 매수 의견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37명의 애널리스트 평균 목표주가는 251.85달러로, 최근 주가 대비 약 79% 상승 여력이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37명 중 36명이 매수 또는 아웃퍼폼 의견을 냈고, 매도 의견은 단 1명뿐입니다.
오라클은 2027 회계연도 매출 목표를 900억 달러로 유지했고, 조정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는 시장 예상(8.01달러)을 웃도는 8.05달러로 상향했습니다.
클라우드 인프라 매출은 4분기 기준 전년 대비 93% 급증했습니다.
이런 흐름을 근거로 일부 증권사는 오라클을 이번 달 최선호주로 콕 집었고, 다른 곳은 확신 매수 종목 명단에 새로 올렸습니다.
CNBC의 대표적 시장 논평가 짐 크레이머 역시 그동안 오라클의 실적 발표 후 하락을 여러 차례 매수 기회로 짚어온 바 있습니다.
직원 2만 명 감축이 의미하는 것
여기에 눈에 띄는 변화가 하나 더 있습니다.
오라클은 2026 회계연도 동안 직원 수를 약 2만 1,000명, 전체 인력의 13%를 줄였습니다.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이는 "AI 기술의 도입과 배치가 인력 감축으로 이어졌다"는 회사 스스로의 설명에 따른 것으로, 구조조정 비용만 18억 3,800만 달러가 들었습니다.
전년도 구조조정 비용(3억 7,400만 달러)의 거의 5배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돈 쓰는 속도는 무섭지만, 동시에 자기 사업 자체를 AI로 갈아끼우며 원가를 조이고 있다는 뜻입니다.
쓰는 돈은 커 보여도 남길 돈을 지킬 체력은 있다는 게, 월가가 이 상황을 위기가 아니라 저평가로 보는 또 다른 이유입니다.
이게 왜 한국 반도체 이야기와 연결되나
여기서 한 발 더 들어가 볼 대목이 있습니다.
오라클이 2027 회계연도에 데이터센터에만 900억~950억 달러를 쏟아붓겠다는 건, 그 안에 채워 넣을 메모리와 HBM 수요가 그만큼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는 뜻이나 다름없습니다.
실제로 오라클 경영진도 2027 회계연도 매출총이익률이 기존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 언급하며, 그 배경에 메모리를 포함한 원가 부담을 함께 짚었습니다.
오라클이 이 AI 인프라 경쟁에서 이기든 지든, 결국 서버를 돌리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를 사서 끼워야 합니다.
빅테크가 데이터센터에 돈을 쓸수록, 그 돈이 결국 진짜 수혜는 부품 공급망 쪽으로 흘러간다는 뜻입니다.
이는 최근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분기 실적(영업이익률 72%)을 기록하고,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이 급격히 상향되고 있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는 이야기입니다.
리스크 요인도 짚어야 합니다
첫째, RPO의 실제 매출 전환 속도입니다. 지금은 12%가 12개월 내, 34%가 2~3년 내 전환된다는 회사 측 설명을 시장이 신뢰하고 있지만, 이 전환이 예상보다 늦어지면 밸류에이션 전제 자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둘째, 오픈AI 의존도입니다. RPO의 상당 부분이 적자 상태인 오픈AI 한 곳에 쏠려 있다는 점은, 오픈AI의 자금 조달 상황에 따라 오라클의 미래 매출 가시성이 함께 흔들릴 수 있는 구조적 리스크입니다.
셋째, 신용등급과 부채 부담입니다. 오라클은 이미 지난 회계연도에 부채 430억 달러와 주식 발행 50억 달러로 자금을 조달했고, 2027 회계연도에도 추가로 400억 달러를 조달할 계획입니다. 신용등급이 최상위가 아닌 상태에서 이 정도 규모의 차입이 계속되면 금리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Economy Reader 투자 인사이트
첫째, 오라클의 주가 급락은 실적 부진이 아니라 미래 매출을 미리 확보해두고 그걸 만들 공장을 짓느라 현금이 일시적으로 빈 것에 가깝습니다. RPO 6,380억 달러, 전년 대비 363% 증가라는 수치가 그 근거입니다.
둘째, 계약의 상당 부분이 고객 선지급이나 고객 직접 하드웨어 공급(BYOH) 방식으로 체결돼 있어, 현금 유출 부담을 고객이 일부 나눠지는 구조입니다.
셋째, 37명 애널리스트 평균 목표주가 251.85달러는 최근 주가 대비 약 79% 상승 여력을 의미하며, 36명이 매수 의견을 내고 있는 상태입니다.
넷째, 직원 2만 1,000명 감축과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 구조 자체를 조이고 있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할 지표입니다.
다섯째, 오라클의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는 결국 메모리·HBM 수요 증가로 이어지므로, 오라클의 AI 인프라 경쟁 결과와 무관하게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는 우호적인 수요 환경이 지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결론
오라클은 망해서 주가가 빠진 게 아닙니다.
미래 매출을 이미 다 계약으로 확보해두고, 그걸 채울 데이터센터를 짓느라 잠깐 현금이 빈 것에 가깝습니다.
한국 투자자들이 지쳐서 던진 그 시점에, 월가는 오히려 79% 위를 보고 담고 있습니다.
다만 RPO의 오픈AI 쏠림, 실제 매출 전환 속도, 그리고 부채 의존도는 계속 지켜봐야 할 변수입니다.
그리고 이 흐름의 마지막 종착지는 결국 메모리입니다.
오라클을 비롯한 빅테크가 데이터센터에 돈을 쏟아부을수록, 그 수요는 결국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매출로 흘러들어옵니다.
FAQ
Q. 오라클 주가가 왜 이렇게 크게 빠졌나요?
A. 2026 회계연도 데이터센터 투자액이 556억 6,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62% 급증하면서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 237억 달러를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AI 인프라 투자 부담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지난해 9월 최고가(345.72달러) 대비 절반 이하로 밀렸습니다.
Q. RPO(잔여이행의무)가 정확히 무엇인가요?
A. 고객과 계약은 체결했지만 아직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매출로 인식되지 않은 금액을 뜻합니다. 확정된 미래 매출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영업 파이프라인과는 다릅니다. 오라클의 RPO는 6,380억 달러로 전년 대비 363% 증가했습니다.
Q. 오픈AI 의존도가 왜 리스크인가요?
A. 오라클 RPO의 약 3,000억 달러가 오픈AI 한 곳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오픈AI는 연환산 매출이 250억 달러 수준에 그치고 여전히 적자 상태입니다. 오픈AI의 향후 자금 조달 상황에 따라 오라클의 매출 가시성도 함께 영향받을 수 있습니다.
Q. 이게 한국 반도체 기업과 어떤 관계가 있나요?
A. 오라클을 비롯한 빅테크가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투자를 늘릴수록, 그 서버를 채울 메모리와 HBM 수요도 함께 늘어납니다. 오라클 경영진도 메모리 원가 부담을 직접 언급한 바 있어, 이 투자 확대의 최종 수혜는 결국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메모리 공급사 쪽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큽니다.
Q. 지금이 진짜 매수 타이밍인가요?
A. 다수 애널리스트가 목표주가를 현재가 대비 79% 높게 제시하고 있지만, RPO의 오픈AI 쏠림과 부채 의존도라는 리스크도 함께 존재합니다. 투자 판단은 이런 리스크와 기회를 함께 저울질해 본인의 투자 성향에 맞게 내려야 합니다.
투자 유의사항: 본 글은 공개된 언론 보도 및 증권사 리포트를 바탕으로 작성한 분석 콘텐츠이며, 특정 종목이나 기업에 대한 투자를 권유하거나 수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그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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